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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 학원 후기와 비교분석
(글에 앞서 먼저 광고나 특정 학원의 홍보가 아니란 점을 밝힌다. 100프로 나의 경험이고 주관적인 평가이다. )
나는 독일어를 공부한 지 4개월 되었고, 줏대 없는 성격 덕분인지 공부한 기간 동안 인강 여러 개를 들었고 과외도 해보았으며 학원 3군데를 다녔다. 내 경험을 통해 독일어를 처음 공부하려 하거나 학원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1. 학원을 선택한 이유
우리 학교는 학부제여서 2학년 때 학과가 생기고 나는 독문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3월에 학교에 갔는데 수업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적 혼란이 왔다. 나는 학교에 앉아있는데 독일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교수님은 마치 학생들이 다 안다는 듯이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곧바로 한 학기를 휴학했다. 그리고 독일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제 목표가 생겼다. 6개월 이내에 독일어 실력을 0부터 끌어올리는 것이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를 몰랐다. 워낙 생소한 언어였으니. 처음엔 인터넷 강의로 알파벳을 공부했고 후에 과외도 한 달 했지만, 솔직히 별로였다. 인터넷 강의와 과외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다시 써야겠다. 시간이 없다면 과외나 인터넷 강의를 추천하지만, 시간이 많은 분이시라면 학원을 추천한다. 독일어는 대부분 학원에 초 집중 과정, 즉 매일 가서 3~4시간씩 수업을 듣는 과정이 개설되어있다. 학원에 다니기로 하고 검색을 하는데 사실 어느 학원이 메이저고 어느 학원이 마이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독일어 자체의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학원들도 광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지, 내가 알고 있는 학원이 없었다. 첫 학원은 그렇게 인지도를 고려하지 않고 홈페이지의 구성과 커리큘럼이 맘에 드는 곳으로 선택했다. 블라인드 채용 같은 느낌으로ㅎㅎ. 그렇게 첫 D 학원에 가게 되었다.
2. 학원의 커리큘럼이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누가 가르치느냐이다.
첫 학원은 2달 하고도 1일을 다녔다. 학원을 간 첫날 길을 굉장히 헤맸다. 나는 학원 규모가 큰 줄 알고 큰 건물 쪽으로 돌아다녔는데, 생각보다 작은 건물에 있는 소규모 학원이어서 그랬던 거다. 첫날 처음 갔을 때 오전반이었던 우리 반의 수는 5명이었다. 그도 다음 달에는 3명으로 줄었지만. 하지만 수업의 질이 나빠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업의 질 자체는 내가 느끼기에 내가 다닌 3개 학원 중 최고였다. 수업은 총 3시간 정도였고 1시간 30분은 회화, 1시간 30분은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때 매우 많은 걸 배웠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다음 학원에서 거기 선생님께서 이 레벨을 왜 듣느냐고 2달 공부한 거 맞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한 것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만큼 수업이 좋았기 때문이겠지. 선생님들도 매우 친절하시고 유쾌하시고 학생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어떻게 하면 실력이 향상될 수 있을지 정확히 알고 계신 것 같았다. 한마디로 최고였다. 그렇게 2달을 공부해서 A1 과정을 마쳤다. A2부터는 오후 수업이었는데 나는 오전이 좋았지만 그래도 이분들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음 달 수강신청을 했다. 근데, 그건 실수였다.
A2과정엔 회화 선생님은 그대로였지만, 문법 선생님께서 바뀌었었다. 그런데 새로운 강사님은 미안하지만 최악이었다. 책에 있는 이야기를 낭독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들으면서 '아, 이럼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고민한 끝에 수강취소를 선택했다.
3. 유명한 학원에 가다.
첫 학원에 다니면서 독일어 학원계에는 유명한 2개의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하나인 K 학원에 신청했다. K 학원은 큰 학원답게 엄청나게 많은 강좌가 있었다. 나는 오전 시간을 원했기 때문에 A2 문법 강좌를 듣게 되었다. 가보니 전 학원이 덜 유명해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건 내 착각이었다. 학기 중이라 그런 것이었다. 그 반도 사람은 3명이었다. 심지어 다 중학생이었다. 전 학원은 다 성인이어서 말도 서로 편하게 하고 뭐 그런 것이 있었는데 중학생 여자아이들과 수업을 듣는 건 조금 힘들었다. 그도 그럴게, 한 명은 아예 한 달 동안 한마디도 안 하고(언어 수업인데), 한 명은 진짜 중학생다운 질문만 해서 수업시간을 계속 까먹었다. 듣는 내가 뭐라 할 수도 없고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수업 자체는 유익했다. 강사님도 전 학원의 처음 강사님들까진 아니더라도 질문하면 성심성의껏 만족할 때까지 답해주셨고 수업이 끝나고 인생상담도 해주셨다. 단점을 말하자면 문법수업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이다. 한국식 영어교육을 독일어로 바꾼 느낌. 한국에서 영어 교육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무슨 느낌인지 알 것이다. 이렇게 수업을 들어선 진짜 내 독일어 실력, 특히 듣고 말하는 실력이 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다시 학원을 옮기게 된다.
4. 괴테 인스티튜트(주한 독일문화원)에 들어가다.
괴테의 모든 수업은 독일어로 진행된다. 수업도 말하기 위주로 진행되고 문법은 거기에 자연스럽게 곁들여진다. 다만 워낙 유명하다 보니 수업 경쟁이 치열하다.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 현 수강생에게 수강신청 기회를 먼저 주기 때문에 원래 수강하고 있지 않았다면 수업 듣기는 더욱 힘들다. 또한 A1-1, 즉 처음부터 독일어를 시작하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그 이상 레벨부터 듣고 싶은 사람은 레벨 테스트라는 것을 봐야 한다. 레벨테스트에 관한 내용도 다음에 포스팅할 예정이다. 나는 레벨 테스트를 보고 A2-1 에 들어갔다. 시험관님이 A2-2에 들어가라고 했지만, 그 실력은 아닌 것 같았다. 괴테는 모든 수업을 독일어로 진행하고 독일어로 수강생들끼리 말하는 활동 위주로 진행된다. 그래서 독일어를 내가 말하는 시간이 다른 학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길다. 다만, 단점은 수업 대부분이 우리끼리 말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선생님께 받는 지식의 양이 많지는 않다. 어려운 내용을 계속 알아가는 게 아니라 쉬운 내용을 체화시키는 반복 학습을 하게 된다고 말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정리
1. D 학원- 장점: 정말 좋은 강사님들이 있으심. 처음 배울 때 아주 좋다.
단점: 별로인 분도 계심
2. K 학원- 장점: 수업이 다양함. 독일어 지식의 스펙트럼이 넓어짐.
단점: 성인수업이 아님. 다소 한국적인 교습 방법
3. 괴테- 장점: 모든 수업이 독일어. 독일어에 익숙해짐
단점: 아주 정확한 문법은 알 수가 없음. 진도가 느림.
물론 100% 주관이다. 그리고 사실 언어학습은 스스로의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현재 하고 싶은 게 생겨 괴테 또한 그만두었다. 하지만 독일어 공부는 꾸준히 할 거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올리려고 한다.